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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혁명이 온다: AI 시대를 지배하는 경영의 핵심

tiobi 2022. 3.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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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아이폰을 공개하며 하던 말이 있다. 기존에 스마트폰이라고 (비꼬며) 부르던 경쟁사의 제품들, 예를 들어 블루베리나 소니의 핸드폰에는 물리 키보드가 제품 하단에 달려있었다. 사실 달려있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는데, 제품 크기의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 키보드였다. 쿼티 키보드가 달려있기 때문에 당시 블루베리 핸드폰은 업무용으로 몹시 좋다는 얘기를 하고는 했다(물론 이메일과 같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가 많다는 점도 블루베리를 업무용 핸드폰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물리 키보드는 항상 핸드폰 크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기능이 있어도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제품 앞 면 전체를 화면으로 만든 아이폰을 공개했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가 하드웨어의 단점을 인터페이스로 극복한 또 한 번의 순간이다.

 

이전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CLI를 넘어 GUI를 사용할 수 있는 OS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당시 특허가 만료가 된 하드웨어인 마우스 역시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보급이 되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유저들에게 새로운 인터페이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리버의 MP3를 사용하다 처음으로 아이팟을 만져본 날이 기억에 남는다. 많아봐야 세 줄의 정보만 볼 수 있었던 아이리버의 작디 작은 화면에 만족하며 살던 내게 넓은 화면에 표기되는 정보를 역시 넓은 휠로 돌려 볼 수 있다는 것에 어린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아마 당시에는 기업들이 전자기기의 소형화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큰 화면을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애플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 소비자 경험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팟이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를 너무 일찍 태어난 마우스와 흐름에 역행하던 아이팟 사례를 보면 시대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에는 다양한 인터페이스 혁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현상과 결과를 전달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어 독자 입장에서 매우 아쉬웠다. 저자의 분석이나 의견이 더 많이 포함되었다면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