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새와 좀개구리밥
린 스타트업 : 지속적 혁신을 실현하는 창업의 과학 본문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남의 돈 뺏기 어렵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다른 사람이 내게 재화를 지불할 용의를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직장에 들어가 기업이 미리 정해둔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일한다. 매번 직장이 너무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이곳저곳에서 듣지만, 그들이 계속 일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사람이 내게 월급을 주게 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런데, 자기만의 사업을 하려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즉, 소비자)의 돈을 우리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쓰게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생각해본 사업 아이템의 절반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나머지 절반은 시장에서 실패할 것 같다. 어찌 저찌 좋은 아이템을 골라서 사업을 시작해도, 소비자들과의 컨텍은 어떻게 만들 것이며, 어디서 투자를 받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아마 처음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으리라 믿는다.
3D 아바타 채팅 서비스를 만든 저자는 약 20년 전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힌트를 던져주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기록해두었다. 그는 토요타의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에서 스타트업의 전략을 착안했다. 린 생산방식은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해 운송, 재고관리 등에서의 낭비를 최소로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산 방식은 전통적인 제조업을 넘어 IT기술이 접목된 스타트업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스티브 잡스가 얘기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은 본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선 서비스를 작게 시작하고 한정된 수의 소비자에게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그 후에 소비자 풀을 더 넓게 잡고 위 과정을 반복한다. 저자는 이것을 만들고-측정하고-학습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작은 규모의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서비스를 변화시킬 수 있으면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전략은 잘 이해했지만, 처음에 잘못된 소비자 집단을 선택하면 어쩌나, 소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어떡할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지만, 이것은 단순히 나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고 조언도 구해보며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기 위해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