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새와 좀개구리밥
마켓컬리 인사이트 본문
코로나19사태가 불러온 언텍트 시대에 (비유적으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을 고르라면 쿠팡과 마켓컬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기업 모두 혁신적인 당일/새벽 배송 시스템과 물류 시스템을 핵심 경쟁우위로 삼으며 빠르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마켓컬리는 "창업 5년만에 150배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고도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지난 12월 1일 약 4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을 정도의 규모가 있는 기업이 되었다.
마켓컬리가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켓컬리가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새벽배송이라는 개념은 "고객이 신선품을 가장 수령하기 좋은 시간이 언제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마켓컬리는 신선하고 안전한 식품을 소비하고 싶은 20~40대 여성을 타겟 소비자로 삼는다. 그들이 직장에 나가있는 점심~오후 시간대에 신선품이 배송이 되면 고객은 음식이 상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마켓컬리는 그런 고객들의 걱정거리를 덜어주고자, 고객들이 가장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새벽에 배송을 시작했다.
새벽에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물품들을 직접 구매, 저장, 유통, 배송해야 한다.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관리하다 보니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리스크도 감내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온 신선품을 한 군데 모아 저장하다보니 관리에 필요한 시설이 증가하고, 분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통적인 유통업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을 마켓컬리가 기꺼이 나서고 있는 이유는 그들에게 고객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공급사와 소비자, 그 사이에 유통사의 가치가 모두 증가하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 발생한다.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신경쓸 것이 많아진다. 기업과 고객의 마지막 접점인 '라스트 핏'에서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기 위해 포장재만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을 지경이다. 기업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김슬아씨는 고객의 불만사항을 놓칠까봐 VOC(Voice of Customer)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외부인이 보았을 때 마켓컬리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기업으로 보일 것이다(실제로 마켓컬리의 영업이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는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SG경영이 대두되고 있는 시대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주주 가치 극대화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 생존할 것이다. 경영의 모든 프로세스,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과정에 포함되어있는 많은 사람들의(또는 닭이나 소같은 동물들도)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마켓컬리가 좋은 경영의 사례로 남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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