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새와 좀개구리밥
스티브 잡스 본문
"Think Different"
내가 처음 애플 제품을 사용했던 것은 2009년 경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해외에서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있었는데, 나의 기타 선생이 본 조비 노래를 연습해보라며 본인의 아이팟과 스피커를 며칠 빌려주었다. 나는 작은 mp3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작은 디스플레이와 낮은 용량, 짧은 배터리타임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반대로 아이팟은 유려한 디자인에 당시 음악 플레이어 기준으로 거대한 스크린, 직관적인 구조와 매끄러운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최신 전자기기였다. 나는 내 mp3의 단점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아이팟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추가해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내가 아이팟을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내 작은 mp3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었을 것 같다. 여하튼 나는 내 또래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이른 시간에 애플 제품을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2011년 한국에 돌아와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이전에 당시 한국에 처음 들어온 아이폰 시리즈인 아이폰 3gs를 소유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당신께서 쓰시기 불편하기에 나에게 넘겨주셨다고는 하셨지만, 아들이 좋을 것을 갖게 해주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다는 것은 후에 들은 이야기다. 덕분에 나는 내 고등학교에서, 적어도 내 반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람이 되었다(삼성 옴니아가 스마트폰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렇다.) 당시 가장 유행하던 게임인 앵그리 버드, 지금 봐도 좋은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 페이스북, 와츠앱..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남들보다 먼저 다운로드하고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이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아이폰뿐만 아니고 에어팟,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여러 애플 제품 역시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 제품을 고집했던 이유는 흔히들 말하는 "애플 생태계"에 빠졌기 때문이다. 내가 유로로 구입한 어플리케이션은 물론이고, 비싼 돈 주고 살 기기가 서로 더 매끄럽게 연동이 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애플 위주의 소비를 하고 있다. 만일 애플이 기기간 확장성을 잘 갖춘 기기였다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애플 기기만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기기의 성능과 기능을 제한하면서 소비자를 기업의 울타리 밖을 넘어가지 못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세스 고딘의 눈에 비친 잡스는 아마 폰 노이만 정도의 천재로 보였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매번 배터리를 갈아 끼워야 하는 작은 mp3가 불편한지도 모르고 사용하던 나의 손에 처음으로 아이팟이 들어왔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나 아이폰을 구매해서 내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에 몇 배가 되는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다. 새로운 문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아이폰과 매끄럽게 연동되는 블루투스 이어폰, 아이패드 화면에 연필처럼 글씨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스타일러스, 아이폰과 연결해서 건강, 운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 스티브 잡스, 그리고 그의 경영 후계자는 나에게 항상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애플 제품만 구입해야 한다는 것도 귀띔해주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만들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본인이 만든 기업에서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다 복귀해서 재기하고, 결국 본인이 사망하기까지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 10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스티브 잡스를 반신(demigod) 보듯 했는데, 경영학을 배우고난 후 지금은 그가 훌륭한 마케터였다는 것이 보인다. 내가 10년 전에 학교에서 한 발표 중 하나에서는 애플 주가가 그보다 10년 전보다 100배가 올랐다고 말했는데, 그때부터 10년이 흐른 지금은 그 100배에 몇 배나 더 곱해졌는지, 그래서 2조 달러 규모의 기업이 될 수 있었는지, 또 앞으로 거기에 몇 배가 곱해질지 궁금하다.
*안양시독서마라톤에 참가하며 쓴 글을 복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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